김진만 PD의 세상 끝에서 가슴 뛰었던 만남들

알고 보니 예능국 PD 출신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처음부터 PD를 꿈꾼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워낙 모범적으로 착하게 살아왔고 대학 때도 큰 형의 영향으로 사시, 외시, 행시를 준비하던 지극히 공부만 파던 모범생이었습니다. 운전면허 포함해서 그때까지 한 번도 시험에 떨어져본 적이 없었기에 시험에 낙방하면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충격에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불행했던 고시생 시절,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를 보며 그의 상상력에 위안을 얻고 “머리가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그의 메시지에 감명받아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있던 중… 친구가 PD시험을 본다길래 같이 보게 됩니다. 대학교 때 주철환, 김영희 PD들의 특강을 들었을때 굉장히 재밌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큰 거부감 없이 친구따라 우연히 따라가 시험을 봤다 덜컥 합격해 MBC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그것도 예능국 PD로 말이죠. ^^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예능국 PD가 되어 <남자셋 여자셋> 조연출을 맡았지만, 출연진과 직접 소통이 쉽지 않은 연예계쪽 특성상 금세 벽에 부딪쳤고 좀 더 사람과 살을 맞대고 소통하며 가슴 떨리는 일을 원했던 그에게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가슴 떨리는 일들이 아니었습니다. 김진만 피디는 일반인들과 직접 소통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교양국으로 적을 옮깁니다.

가슴 뛰는 원시, 아마존의 눈물

우연찮은 기회에 원래 아마존에 가기로 한 선배 대신에 아마존에 가게 되었습니다. 선배가 두 달가량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마존에 대해 알게 된 가족들의 극렬한 반대로 접게 되면서 처자식이 없던 총각 김진만 PD에게로 기회가 온 것이었습니다.^^;;;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라 욕심은 났지만 아마존에 대해 별 생각이 없던 그가 한 장의 아마존 조에족 사진을 보고 난 후 마음을 바꿔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됩니다.

BBC 같이 다큐멘터리에 정통한 방송사였다면 엄청난 물량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영상을 받았겠지만 한국의 열악한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여서 그가 생각해낸 것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살린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런 컨셉으로
‘아마존 최고의 사냥꾼, 모닌!’
‘걸인 할머니, 마르껭’
‘추장의 운명, 알라시아’
‘도끼인간 자미나와족의 비애’
‘잊을 수 없는 아마존의 두 소녀’ 등…

그들 안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소통하며 그들의 참모습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한 원주민 부부가 자기들이 사랑 나누는 걸 찍으라해서 고맙게 촬영했지만… 송감독의 실수로 지워먹어버려 난감했다고… 다시 부부에게 가서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었고 좋은 그림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김진만 PD는 진실되게 다가서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면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배울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의 일정은 물건을 도난당하거나 뺏기는 것을 물론이고 더위, 습기, 해충과 사투를 벌이기가 다반사였습니다.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보트가 전복되어 그동안 찍은 필름들은 물론 사람 목숨마저 위험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원주민들의 비위를 맞추려 코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따가운 햇볕에 화상도 입었던 고된 일정이었지만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은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아마존의 눈물’은 한국 다큐멘터리 방송사상 최초로 20%가 넘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게 됩니다.

세상 끝에서의 만남, 남극의 눈물

다큐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아마존의 눈물’의 김진만 피디는 세상의 끝인 남극으로 향합니다. 아름다운 황제펭귄의 생태를 그린 ‘남극의 눈물’은 첫 시작부터 난관이었습니다. 황제펭귄을 찍으려면 다른 나라 가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1년여의 끈질긴 섭외 끝에 호주기지의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허가가 났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취재진에게 기지대원과 똑같은 조건을 내걸며 ‘영어를 완벽히 할 것’, ‘취재진이 아닌 대원으로서 남극에 갈 것’, ‘대원들이 받는 훈련을 이수할 것’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겁니다. 어려운 미션들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남극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처음으로 나가서 황제펭귄을 만난 그 순간! 너무 귀엽고 예쁜 모습에 김진만 피디의 머리속에 있던 고생했던 기억들은 사라지고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0여일의 일정 중 절반은 기지에서, 절반은 황제펭귄 서식지 근처 작은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고되고 지루한 일정이었지만 팀워크가 깨지거나 지치면 안되니깐 서로에게 끊임없이 개그를 던지며 항상 웃으면서 지내려고 했습니다. 호주 대원들과도 원활히 지내기 위해 애교도 떨고 허드렛일도 도맡아하며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답니다. 친해진 대원들과 술을 마신 뒤 라면을 먹여 속을 풀어줬더니 그 다음부터는 술만 마셨다하면 라면 끓여달라 수시로 방문을… 들락날락…^^ 김진만 PD는 그렇게 그들과 즐겁게 소통하면서 촬영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극한의 남극생활 중에서 김진만 PD의 제일 즐거웠던 추억은 황제펭귄이 부르는 대로 따라올 때였습니다. 남극에서 촬영 규정상 펭귄과 최소 70m 정도 떨어져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호기심이 많은 펭귄들이 카메라를 막아 촬영감독이 치워달라고 해서 손짓을 하니 300여 마리의 펭귄들이 손짓대로 한 줄로 서서 얌전하게 따라오는 모습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한다는 것

PD인생 16년, 가슴 설레는 일을 찾고 싶었던 그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서 가슴 뛰는 쪽을 택했습니다.

베트남에서 다국적 대학생들을 만났을 때, 밤새도록 술을 사 주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고, 태평양에서는 상어를 낚시로 잡아 보기도 했습니다. 호주의 잊을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기도 했고, 멕시코에선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김진만 PD는 수많은 도시를 가 봤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수만은 풍경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정글 한 복판으로 들어가 원시의 삶을 살아가는 조예족과 만나기도 하고 황제펭귄을 만나기 위해 혹한의 남극 대륙으로 달려가 400여일 동안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며 촬영했습니다.

김진만 피디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전혀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상대에게 다가가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도록 하고 힘든 촬영 일정내내 끝까지 배려하며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었던 힘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에 대한 기록이지만 김진만 PD에게 다큐멘터리는 소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